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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오래된 사랑은 싸우지 않은 사랑이 아니라, 수없이 화해한 사랑이다(사랑의 인문학)

by 바보채플린 202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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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인문학

사람과 사람 사이 ㉔

오래된 사랑은 싸우지 않은 사랑이 아니라, 수없이 화해한 사랑이다

unsplash. -이미지 사진

함께 늙는다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

"결혼기념일은 함께 산 햇수가 아니라, 서로를 다시 이해하기로 선택한 날들의 합이다."


황금빛 초대장

어느 날 오후.

정우의 우편함에 크림색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봉투를 열자 정갈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 50주년 기념식에 초대합니다.'

보낸 사람은 정우가 오래 알고 지낸 선배 부부였다.

수연과 함께 초대장을 바라보던 정우가 말했다.

"50년이라..."

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숫자로는 짧아 보여도, 그 안에는 계절이 쉰 번이나 바뀌었겠네요."


오래된 손

기념식은 작은 성당의 강당에서 열렸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다.

하얀 꽃 몇 송이와 오래된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 두 사람이 찍은 흑백사진.

아이를 안고 웃던 사진.

손주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마다 시간이 담겨 있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사회자가 물었다.

"두 분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50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숨을 죽였다.

아마도 "사랑"이나 "믿음"이라는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우린 많이 싸웠습니다."

강당 안에서 작은 웃음이 흘렀다.

"정말 많이요."

이번에는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싸운 날보다 화해한 날이 더 많았어요."

그 말에 강당은 조용해졌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반세기의 시간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조용했다.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참 후,

수연이 입을 열었다.

"정우 씨."

"네."

"우리도 언젠가는 다툴 날이 있겠죠?"

정우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 겁니다."

"그럼 조금 무섭지 않으세요?"

정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안 무섭습니다."

"왜요?"

"다툼보다..."

"...화해를 더 믿게 되었으니까요."


틀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사람은 살아온 시간이 다르다.

그래서 생각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고,

상처도 다르다.

갈등은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이 만났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사랑은 누가 옳은지를 증명하는 게임이 아니다.

둘이 함께 웃는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비 오는 오후

며칠 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둘은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비를 피하며 서 있는데,

수연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비 때문에 짜증부터 냈을 것 같아요."

정우가 물었다.

"지금은요?"

"지금은..."

"...같이 비를 피하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아요."

정우는 말없이 자신의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우산을 자신보다 수연 쪽으로 조금 더 기울였다.

수연은 그것을 모른 척했다.

사랑은 큰 희생보다,

상대가 비를 덜 맞게 우산을 조금 기울여 주는 마음에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손을 잡는 이유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떠올랐다.

둘은 천천히 길을 걸었다.

수연이 문득 물었다.

"정우 씨."

"우리는 왜 손을 잡을까요?"

정우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요."

수연이 웃었다.

"누가요?"

정우도 웃었다.

"둘 다요."

손은 누군가를 끌고 가기 위해 잡는 것이 아니었다.

넘어질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잡는 것이었다.


오늘의 마음 한 줄

오래가는 사랑은 상처가 없는 사랑이 아니라, 상처를 함께 회복하는 사랑이다.


책갈피 문장

"좋은 관계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가 아니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서로에게 돌아오는 관계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나는 갈등이 생기면 이기려고 하나요, 이해하려고 하나요?
  •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자존심을 잃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 오늘, 먼저 화해의 말을 건넬 사람이 떠오르나요?

다음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 ㉕

사랑은 마지막까지 설레는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느 늦은 여름 저녁, 정우와 수연은 강가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봅니다.

정우는 조용히 묻습니다.

"수연 씨,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편안해졌을까요?"

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설렘이 끝나서가 아니라, 믿음이 설렘보다 커졌기 때문이죠."

다음 편에서는 중장년의 사랑이 왜 젊은 날보다 더 깊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잔잔한 여운과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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